1. 페미니즘에서 여성을 우선시합니다. 퀴어는요? 장애인은요? 청소년은요? 하지 마세요. 교차성이란 본래 여성들 간 차이에 주목하고자 나온 이론으로, '여성'안에서도 다른 약자성(장애인, 퀴어, 아동&청소년, 비백인, 저소득층 등등)을 가진 여성 집단의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 안에서 '여자만' 생각하는 게 가능하냐고요? 그럼 레즈비언들이 왜 분리주의 운동 했는지 설명해봐. 같은 약자 집단이라도 그 안에 속한 여성의 이해관계와 관심사는 엄연히 다릅니다.
Intersectionality does not mean everything must intersect with penises
상호교차성은 모든 것에서 자지와 교차해야 한단 뜻이 아니야
2. 반성매매&반포르노: 여성에 대한 성 착취, 성 상품화이며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성 산업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모두 스스로 '창녀'가 되지 않게끔 검열해야 하고, 성매수를 하는 남성들이 우리를 얼마짜리 물건으로 여기는 일은 반복됩니다. 여성은 돈을 대가로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포기하고 남성들의 성욕, 아니 정확히는 지배욕을 충족시켜 주면서 성병과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죠. 남자들이 업소에 가고 포르노를 보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자기 여친이나 아내한테는 요구를 못 하는 수위니까. 단순히 성욕 문제가 아니라 지배와 종속관계로 읽으셔야 합니다.
3. 젠더폐지론자: 젠더는 개인의 정체성이 아니라 억압의 기제. 여성 젠더, 남성 젠더라 함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성 역할에 기반하며, 흔히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라고도 하는 젠더퀴어는 젠더 이분법이 있다는 전제 하에 성립되는 정체성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없어져야 할 이름으로 간주합니다.
4. 비혼비출산: 역사적으로, 결혼제도는 여성을 한 남성의 소유물로 종속시키는 억압으로서 존재해 왔습니다. 수많은 문화권에서 아이에게 아버지의 성씨를 물려주는 것이 디폴트이며 여성을 단순히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 양육하는 존재로만 규정해 왔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이와같은 억압은 실존합니다. 한국에서 기혼 여성은 독박가사, 독박육아, 대리효도라는 3D로 착취당하며 남편의 가정에 '며느리'로서 종속되고, 성씨마저 마음대로 물려주기 쉽지 않습니다. 출산도 어디 쉽나요. 임신하는 10개월간 존나 내장 다 눌리고 출산휴가 마음대로 못 쓰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까지 걱정해야 하지요. 그리고 영양분 다 주니까 뼈 색깔까지도 변한답니다. 그러니까 비혼비출산함. 돈모아서 친구들이랑 쉐어하우스하면서 저축도 하고 고양이 키우면 정말 외롭고 쓸쓸하게 늙어죽겠다 그쵸/
5. 반로리: 로리타뿐 아니라 모든 페도 취향 문화를 비판합니다. 동안열풍? 애교? 제모? 이쁜이 수술? 정확히 여자한테만 요구되는 문화고 성인 여성에게 순수한 '소녀'가 되도록 강요하는 일입니다. 남자들은 아무것도 모를 것 같고, 순종적이며, 순결한 속성을 가졌기 때문에 소녀를 성적으로 소비하며, 동시에 도덕적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소녀가 먼저. 자신을 유혹하길 원합니다. 성인여성에게 소녀가 되라고 하는 것, 여자아이를 섹슈얼하게 코디하는 것은 정확히 남성 욕망에 부합합니다.
6. 사안에 따른 부분적 연대
그냥 그때그때 이거 중요한 문제다 싶으면 같이 손잡을 수도 있고 아니면 머리채 잡고 대판 싸울 수도 있고. 연대가 뭐 별건가요. 후원하고 시위 안 나가도 관심가지고 같은 목소리 내면 그게 연대지. 여성의 임신중단권 한목소리로 외치고 성희롱, 성추행 문제 같이 이야기하고 해시달고 공유하고 그게 연대입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집단에만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레즈비언, 비혼주의자를 포함해 다양한 집단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필요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부분적 연대를 할 의향이 있습니다.
7. 언PC함(PC: 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먼저 여혐하는 사람에게 굳이 피시하게 받아쳐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또한 모든 혐오에 반대한다면서 여성혐오에만 관대한 선택적 피시함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에("병신 쓰지마 이 씨발년들아"로 집약된다) 그냥 언PC하다고 못박고 갈게요. 애초에 PC하게 말한다고 해서 그 발언이 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PC하려면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미러링도 해서는 안 되니까요.
8. 명예남성(=명자, 흉자)에 대한 입장
흉자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이중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어렸을 때부터 핑크색과 리본,레이스 따위를 좋아하게끔 사회화되고, 예쁘게 꾸미고 다이어트하라는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초경을 시작하게 되면 월경을 하는 당사자가 되고, 임신과 출산을 강요당하겠지요.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경우에 따라 통금 때문에 아쉬워한 적도 있겠지요. 취업에서, 임금에서, 그리고 승진에서 차별을 경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역시 가부장제 사회의 피해자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그러나 여성 집단을 쪼개 페미니스트- 차별주의자라는 틀에서 보면, 그 사람들은 가해자이며 기득권자로 위치하게 됩니다. 아직 페미니즘이 상식이 되지 않은 사회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밝히는 여성은 뒤에서 꼴페미다, 페미나치다 혹은 메갈/워마드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흉자는 그 뒷담에 얼마든지 동참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남자들과 함께 그 페미니스트들을 욕하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나도 여자지만 난 안 불편한데?" 라는 말로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예민한 것으로, 불편한 것으로 가스라이팅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흉자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이중적인 위치에 있고, 페미니스트 여성에 비해 강자입니다.
이중적인 위치이기 때문에 우리는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보편적 여성을 위한 운동인 이상 그들도 페미니스트들이 싸워 쟁취한 권리를 함께 누려야 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각종 성범죄, 데이트 폭력, 여성대상범죄의 피해자가 된다면 분노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흉자든 아니든 뭐가 중요한가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문제인데. 그러나 그들은 페미니스트들의 발목을 잡는 존재이므로 한남과 마찬가지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다만 우리가 페미니스트인 이상 여성혐오적인 언어로 패는 건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흉자였다가 페미니스트가 된 사람은 일단 아묻따 환영해 줘야 합니다. 우리도 한때는 흉자였지 않았나요? 기존의 페미니스트들이 내가 과거에 어떤 개념녀짓을 했는지 일일이 캐묻지 않았던 것처럼, 굳이 그 사람의 과거를 들출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각성하기 전까지는 마땅히 비판/비난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흉자라는 언어가 서열화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부장제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가해자로서 이 여성들을 설명하고 정의할 언어는 필요합니다. 또한 흉자라는 말은 과거에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을 비웃던 여성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성의 선거권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것처럼, 페미니즘이 상식이 되는 때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9. 남성 페미니스트?
우선, 남성 페미니스트가 아닌 페미니스트 앨라이(지지자)입니다. 우리는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성애자를 퀴어라고 부르지 않고 퀴어-앨라이 혹은 스트레이트-앨라이라 부릅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주의이며 운동의 주체는 여성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남성 페미니스트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페미니스트) 앨라이라 부를 것입니다. 즉 남성은 여성인권운동을 지지하고 운동에 협조적일 수 있지만, 거기까지.
앨라이의 덕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단 맨스플레인하지 말고 여성들의 경험을 수용할 것. 그냥 잘 모르겠다 싶으면 말을 아끼고 들어라. 둘째, 알면 행동할 것. 여성혐오적 발언을 제지하고, 어머니 혹은 배우자와 가사노동을 분담하며, 성매수를 하지 말 것. 셋째, 같은 남자들 가운데서 목소리내며 참된 자적자를 실천할 것. 넷째, 페미니즘을 연애수단이나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지 말 것. 제발 페메 보내면서 쿰척대지 말고 여자들이 우쭈쭈 안해준다고 나 페미 안해요 같은 소리좀 하지 마 페미니스트 선언이 그리도 가볍더냐 다섯째, 자신의 욕망을 점검하고 반성할 것. 페미니스트 된다고 하루아침에 학습된 미의 기준이 뿅하고 바뀌지 않는다. 적어도 여성을 연애/섹스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상 어디에 눈 돌아가는지 다 알고 있다. 여섯째, 본인의 잘못된 언행에 사과할 줄 알 것. 사과를 미루지도 말고, 사과문을 건성으로 쓰지도 말며, 2차 가해를 하지 말 것. 제대로 사과하는 건 페미냐 아니냐를 떠나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입니다.
10. 워마드 타자화 반대
메갈리아까지는 OK인데 워마드는 싫다는 분들 많이 봐왔습니다. 항상 맥락은 소거하고 퀴어포비아, 트랜스포비아, 로리혐오, 성노동자혐오 뭐 온갖 혐오자 낙인으로 일축하지요. 하지만 당신도 실재하는 게이의 여성혐오를 지적하면 워마드가 되고, Mtf에게 성희롱당했다는 피해자의 편을 들고 성중립화장실 반대하면 워마드가 됩니다. 로리타 클리셰 지적해도 워마드고,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창녀 취급을 당하지만 #나는_창녀다 태그를 달면 안 됩니다. 여자만 안고간다고 해도 워마드라고 해요
하지만 대체로 워마드의 노선은 아주 많은 부분에서 현재 서구의 래디컬 페미니즘과 겹치며, 트랜스포빅이나 성노동자혐오란 표현은 실제로 그들이 듣는 공격이기도 합니다. 로리혐오라는 말은 없으나 페도문화, BDSM, 포르노, 성매매에 반대하기 때문에 성엄숙주의/성보수주의란 조롱을 듣지요. 저는 이와 같은 입장에서 워마드 타자화에 반대하는 바이며, 기존 래디컬 페미들이 워마드를 이해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상은 몇 가지 개별적인 주제에 대한 저의 입장이며, 이 입장문은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