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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대개 외로움과 쓸쓸함을 함께 떠올리게 만드는 단어. 주변의 사람과 소음으로부터 한 발치 떨어져 있음을 자각하는 상태. 고독의 시간은 공부에 몰두해 있는 시간도, 영화를 보는 시간도, 밥을 먹고 잠자는 시간도 아니다. 고독은 자신이 이 세상에 오직 홀로 존재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피부로 느끼는 감정이다.

그 시간은 사유의 시간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나가는 시간이다. 그 때에 나는 내 자신과 마주한다. 평소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고, 여러 일거리와 잡음에 묻혀서 미처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던 내 상태를 확인한다. '나'는 오직 그 시간에만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는 잘 살고 있니?"라고.
"너는 뭘 하고 싶니?"라고.

그 때 비로소 나는 삶을 돌아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돌아본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종종 답을 찾지 못할 때면 기억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어떨 때 행복했는지, 어떨 때 불행했는지.. 그러면서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그 시간은 정리되지 않았던 수많은 질문거리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시간이다. 이어지지 않는 퍼즐조각을 스스로 맞추면서 자신에 대해, 잠시 의식 아래 내려놓았던 문제들에 대해 오롯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사유의 과정을 통해 나는 하나 혹은 그 이상 아이디어를 찾아낸다. 이 시간은 창조의 시간이다.


공동체. 나와 등을 맞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 갈등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용기와 상상력은 오직 나와 등을 맞대고 서 있는, 나와 손을 잡고 이 땅 위에 함께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혼자서는 불가능하고 힘들어 보이는 계획들을, 당신들과는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공동체는 지친 나의 휴식처이기도 하며 나를 더욱 예리하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공동체에는 날을 세운 사람들만 있기에 그들을 본받아 자연스럽게 날을 세우게 되기 때문이다. 무뎌진 칼은 쓸 수 없는 법. 공동체 안에서 내 감각은 예리한 채로 살아 있다.

예민한 감각으로, 야망을 가지고 우리는 앞을 바라본다. 공동체 안에서 내가 얻는 건 열정이다.

고독으로부터 창조를,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열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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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  (0)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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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리(Hyeri Nam)

6B radical feminist,lesbian,liberal right-winger, atheist,contents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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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은 눈을 뜨지 않아도 괜찮다고 몇 번이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지겹게도, 정말 지겹게도 살아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는 불안정함. 당장 일 년 후에 내 모습조차 그려지지 않는 불확실함. 그 가운데서 나는 한 가지 확인받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살아있어. 나는 이렇게 살아서 이 세상에 존재하고 그렇게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그렇게 세상에 대해서 악을 쓰고 발버둥치면서 도피성을 찾고 있었다. 나를 인정해 주는 공간,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 내가 기댈 수 있는 안전한 장소. 홈그라운드.


여기는 발이 닿지 않는 땅
발이 닿지 않는 땅에 나는 서 있다
이렇게 살아있다
발버둥치면서 너를 보며
그 이름을 불렀다

균열
돌을 던졌어
누가
누구였을까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발이 닿지 않는 땅에 나는 서 있다
그 땅에 네가 없어서
우두커니 홀로 서 있다

왜?

비어 있는 공간,  
허공에 흩어지는 소리,
그리고 정적. 
스스로 답을 찾아내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정적.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머리로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떠다니고 있었다 
두어 번 고개를 주억거리면
어김없이 세계는 소용돌이치며 나를 덮친다

가볍디 가벼운 기억은 수면 위로 떠올라
공기 중에 흩어져버리고
몸은 공기방울을 뒤로 하고서―
침잠해간다
여기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곳
닿을 리 없는, 심해

세계는 몇 번이고 무너져내린다
도피성이란 허락되지 않았다는 듯이
나를 비웃듯이 무너져내린다
그리고 무너진 세계에는 내가 있다.
우두커니 남겨진 내가 있었다.
어차피 깨어질 줄 알면서도 나는 또다시 세계를 만들러 가겠지
깨어지지 않는 세계를 꿈꾸면서.
내가 살아있는 세계를 꿈꾸면서.

그런 생각을 해
내일 아침은 눈을 뜨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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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리(Hyeri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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