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수학원 시절 얘기를 해 보겠다. 정규수업이 끝나고 야자 시간에, 다들 책상에 자유롭게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내가 사정상 조금 늦게 들어가서 그 중 빈자리를 찾아 앉아야 했다.

책상은 흔히 보이는 것처럼 2책상씩 붙어서 줄 지어선 모양이었고 각자 그 2책상 묶음을 하나씩 차지하고 한 쪽엔 앉고 다른 한 쪽엔 가방을 놓고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내가 빈자리를 찾으려고 보니, 그렇게 2책상 묶음으로 된 빈자리가 딱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앉으려고 보니까 2책상 중 한 쪽에는 무슨 비닐봉지? 같은게 올려져 있더라. 주변에 앉은 어떤 애가 이 쪽에 자기 짐을 올려놨었던 것임.

나는 그 애가 당연히 내가 그 쪽 자리에 앉는 순간 짐을 치워줄줄 알았는데 치우지 않았고, 나는 그 비닐봉지를 내가 맘대로 치우기가 좀 그래서 가방을 옆 의자에 놓지 못하고 옆 책상 쪽에 놨었다. 그런데 옆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놓으니 공부하는데 신경쓰이기도 하고 그래서 비닐봉지 주인에게 치워달라고 말을 했었다.

그러자 그 비닐봉지 주인이 굉장히 마뜩찮은 표정으로 뾰루퉁 하며 비닐봉지를 치우더라.

나는 그 순간 보리둥절했노.

그 애도 옆 자리가 비어있으니 그 쪽으로 옮겨놓으면 될 걸

왜 굳이 이 쪽에 자기 짐을 놓고 내가 치워달라고 하니까 싫어할까?

이렇게 생각했었노.

그런데 그 때 떠오른 생각이 이거였다.

'기득권'

그 비닐봉지의 주인이었던 학생은 내 자리를 "자기의 짐 놓는 자리"라고 먼저 인식을 하고 있었건 거였노.

왜냐하면 난 늦게 왔고, 그 애가 먼저 빈 자리에 자기 비닐봉지를 올려놓은 거였으니까.

그 애 입장에선 빈 자리를 자기가 먼저 점령하고 자기 짐을 그 곳에 올려 놓았던건데

뒤늦게 들어온 애가 그 자리에 앉아 비닐봉지를 치워달라고 했으니

걔 입장에선 오히려 자기 자리를 뺏기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거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사실 비닐봉지 그거 별로 크지도 않았고 걔 옆자리에 올려놔도 아무 상관 없었던 건데

그거 치워준다고 걔한테 손해나는 건 하나도 없었음.

하지만 그래도 그깟 짐 하나를 치워주는 것에 기분 나빠했던 건

"내자리" "내 것"을 빼앗긴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던 거다.


그 일을 계기로 우연히 하게 되었던 이 생각에 확신이 든 건, 이후 ebs에서 심리학 다큐멘터리를 보고서였다.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실험을 한 건데 실험 방식은 아래와 같다.

아무나 잡고 그 사람에게 게임을 제안하는 거다.

그 게임 룰은 이거다.

게임에 참여만 하면 우선 2만원을 준다.

그 뒤 룰렛 돌리기를 하는데, 50% 확률로 3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대신 나머지 50%에 걸리면 처음 받았던 2만원도 반납해야 한다.

즉 50% 확률로 5만원을 받거나 2만원도 잃고 알거지가 될 지,

아니면 100% 확률로 2만원이라는 꽁돈을 받을지 선택하는 거였음

(룰렛 확률이 50%였는진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이런 룰이었던 건 확실하다.)

그리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런데 처음 실험에선

먼저 참가자의 손에 2만원을 쥐어주고 "이 돈은 이제 당신의 돈입니다." 라고 말한 뒤 이렇게 물었다.

룰렛을 돌리면

50% 확률로 3만원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나머지 50% 확률에 걸리면 지금 받은 2만원을 돌려주셔야 합니다.

룰렛을 돌리시겠습니까?

그러자 90%에 가까운 사람들은 룰렛을 안 돌리는 걸 선택했다.

이미 손 안에 들어온 꽁돈 2만원을 안전하게 가지는 걸 선택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렇게 실험을 진행했다.

앞서 말한 룰은 똑같은데, 대신 참가자에게 처음부터 5만원을 주었다.

그 뒤에 5만원 중 3만원을 뺏고서

"룰렛을 돌리면 50% 확률로 3만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50% 확률에 걸리면 지금 남은 2만원도 반납하셔야 합니다." 라고 했다.


결과가 어땠을 것 같냐?


80% 이상의 사람들이 룰렛을 돌리는 걸 선택했다.


룰렛을 돌리는 걸 선택했다가 나머지 2만원까지 잃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왜 룰렛을 돌리는 걸 선택했냐고.

그러자 사람들은 한결 같이 답했다.

"처음에 5만원을 받았는데 3만원을 뺏어가니 그 상실감 때문에 3만원을 되찾고자 했다." 라고.



이게 기득권이다.

손 안에 돈이 들어온 순간, 사람들은 그 돈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돈이 어떤 이유로 자기에게 들어왔는지 여부 따위는 알 바 아니다.

그냥 내 손에 들어온 순간 내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그 돈을 가질 자격이 되는지?

그 돈이 논리적으로 내 돈이 되는게 맞는지?


그런 건 아무 상관 없다.

일단 한 번 내 손에 들어왔으면, 나에게 주어졌으면 사람들은 그걸 '당연한 내 것' 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찌는 이유는

여성 인권 운동에 남자가 함께 할 수가 없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이다.

남자들이 여권운동을 한다고? 남자 페미라고?

좆까라.

걔들도 남자다.

남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기득권을 이미 누려온 놈들이라고.

근데 걔네가 여성인권 운동을 해?

지나가던 개도 비웃는다.

표면상으로는, 아가리만 털 수 있는 자리에서는

자기가 깨시민인척 그렇게 떠들어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정말 자기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럴 수 있을까?

보지들아 니들이 생각 해 봐라.

지금이 여성우월주의 사회고, 수천년간 여자가 남자를 지배해 오고 착취 해 오던 사회이고

지금도 남자는 유리천장 때문에 높은 자리는 보지들이 다 차지하고 있고

애 낳으면 보지 성 물려주고

같은 일을 해도 여자의 월급이 남자보다 1.5배 높고

맞벌이를 하면서도 집안일은 90% 남자들이 하고

여자들은 주말에 설거지 청소 한 번 해줘도 좋은 아내라고 칭송 받고

모든 정치인 경제인 권력자들이 99%가 보지인 세상이다.

좆놈들이 남권운동을 한답시고

애 낳으면 자지성도 같이 물려주고

기업 임원의 50%는 남성 할당제를 줘서 남성에게 자리를 주고

월급도 남자에게 50%를 더 줘서 여자랑 똑같이 받아야 된다고 한다.

맞벌이하면 집안일은 여자가 50% 분담하라고 주장한다.

니들 같으면 하겠냐?

저 주장 다 들어주려면

지금 기업 임원인 여자들은 절반이 정리해고 당해야 하고

남자 임금 50% 올려주려면 여자 임금도 내려갈 수 밖에 없고

니들이 여태까지 집안일 안하고도 잘 살았는데 이젠 퇴근하고 집에가서 안하던 설거지 빨래 매일 해야되고

이젠 애 낳아도 좆놈 성까지 물려줘야 되는데

니들 거기에 찬성 할 수 있겠냐?


보지들은 이래도 찬성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본다.

여자라는 이유로 학습을 받아서인지 태생적으로 우월해서인지

합리적이고 공감 능력도 뛰어나고 평등의식이 강하니까.

저게 맞는거라면 난 저렇게 할 수 있어 라고 말하겠지.


그럼 비유를 바꿔보자.

이제부터 모든 생물은 평등해야 한다.

고기 못 먹는다.

고기를 먹고자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죽게 된 동물들의 고기만 먹을 수 있고 그마저도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이제 개나 고양이 못 키운다. 걔네도 존중 받아야 하거든.

파리 한마리, 개미 한마리 죽여도 처벌 받는다.

동물들의 생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도로 뒤엎고 아파트 철거하고

인간에게 할당된 영역 안에서만 낑겨 사느라 인구밀도는 엄청나게 높아진다.

도로가 없어서 자동차를 타지도 못하고 걸어서 산을 넘어야 한다.


그렇게 하자고 하면 할거노?


머릿속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도 막상 내가 그걸로 손해보는 순간 돌아서는건 한 순간이다.



왜 자지새끼들이 그렇게 여혐을 하고,

페미니스트를 이유없이 미워하냐고? 지들 권리 뺏긴다고 생각해서 그런거다.

여자들은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누려 본 적이 없어서 그게 뭔지 모른다.

막연히 그러면 좋겠다~ 라고 생각 할 뿐이지.

물론 자기 권리가 있으면 좋겠지만 누려 본 적이 없으므로 못 받아도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처음부터 내게 없던 권리라고 생각하니까.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자지새끼들은 다르다. 지들이 누려 온 남성으로서의 기득권은 "내 권리" 인거다. 지금 지갑 속에 들어있는 "내 돈" 이라고. 지갑 속에 들어있는 내 돈 누가 가져단대. 그러면 가만히 있겠냐?


미래에 내 돈이 될 지도 몰랐던 100만원이 내 돈이 안 되는거랑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 100만원을 내 놓으라고 할 때 어느 쪽에 반발이 더 크겠노?


이게 여성인권 운동에 대한 여남의 온도차이다.

남자 페미니스트? 좆까라.

페미니즘으로 인해 자기가 실제로 누리는 기득권 조금이라도 감소하는 순간 꼴통 마초로 돌변하는거 일도 아니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먹지 말라해라.


페미니즘은 그래서 온건하면 안 된다. 미친듯이 강력해져야 한다.

원래는 내 주머니에 들어와야 할 돈이 여자라는 이유로 빼앗겨서 좆놈들 주머니에 들어가 있고 좆놈들은 그 돈을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는데 좋게 말한다고 그 돈을 돌려 주겠냐고?

너가 그 돈이 너의 돈이라고 백날 논리적으로 말해보고 근거를 보여줘 봐야 좆놈들이 순순히 돈 꺼내서 줄 것 같음?

좆놈들에게서 돈을 되찾을 방법은 단 하나다. 니가 지금 100만원 안 돌려주면 200만원의 손해를 입히겠다고 으름장놓는 것 뿐이다.

정말 100만원 안 돌려줬다간 200만원까지 뺏기겠다고 믿을만한 실질적인 힘이다. 100만원을 돌려주는 것이 그나마 제일 이득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뿐이다. 그것이 유일하게 빼앗긴 돈을 '당연한 내 소유의 전리품'이라고 여기는 강도에게서 돈을 찾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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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리(Hyeri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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