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붙는 흔한 수식어 '메갈', '꼴페미', '페미나치'. 이러한 수식어는 개개인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행위이다. 본 기사와 몸글에서 말하는 '사회적 낙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낙인 또는 사회적 낙인이란 어떤 개인을 완전하고(whole) 평범한(usual) 속성을 부정하고, 더럽혀지고(tainted) 가치가 떨어지는(discounted) 사람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심리학 용어사전-



'메갈'이라는 사회적 낙인의 문제점

첫째,낙인찍힌 당사자의 발언 가치를 폄하하고, 당사자를 차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는 과거의 '일베 낙인'과도 유사한데,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개인을 '특정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분류하고, 집단에 대한 인식- 대체로 매우 부정적인-을 그대로 개인에게 투영하는 것.
예를 들자면, 워마드에(대체로 많은 이들은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구분하지 않는다) 올라왔던 '커피에 부동액 탄다는 글' 따위를 가져와 범죄를 옹호하는 쓰레기라고 비난하는 식이다. 즉 누군가를 메갈로 낙인찍으면, 집단과 개인을 동일시하여 메갈이 한 모든 행위를 실드치라는 말이 항상 따라붙는 양상이다. 이 때 그 사람이 메갈리아 회원인지 아닌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된다.

둘째로, 이러한 분류는 김치녀-개념녀 프레임의 연장선이다. 메갈로 낙인찍는 행위가 성행할수록, 그리고 낙인으로 인한 차별이 가시화될수록 여성들은 자신이 '메갈 취급'을 받지 않도록 언어를 검열하게 된다. 마치 기존에 여성들이 '김치녀, 된장녀'가 되지 않게끔 자기검열을 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수는 부당한 낙인찍기에 침묵하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안티 메갈'임을 자처하고 나선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메갈이라는 낙인은 점차 확장되어 기존의 성 역할을 거부하거나, 목소리 큰 주체적인 여성을 억압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김치녀라 명명하는 기준이 점점 낮아졌듯이.

셋째로, '메갈'이라는 분류는 페미니스트 개개인의 세부적인 노선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위이다.실제로 트위터/페이스북의 페미니스트들 중에는 에코 페미니즘 노선을 표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메갈리아-워마드의 전반적인 성향은 제 2의 물결인 급진주의 노선으로 분류된다.
혹자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메갈리아의 '미러링 전략'을 긍정하기 때문에 '메갈'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메갈로 분류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아닌데, 실제로 교차성 담론 등 여러 논제에 있어 기존의 '메갈리아'에 대한 인식과 상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아무렇게나 붙이는 '메갈'이라는 낙인은 '메갈=페미니즘'이라는 차별주의자들의 인식을 반영하며, 페미니스트들을 쉽게 타자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낙인,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한 번 사회적인 낙인이 찍힌 이상, 당신의 항변은 사실상 소용이 없다. 특히 sns를 타고 전달된다면,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은 시간 문제. 과거 '로린이'를 미러링한 메갈리아의 한 유저가 그러했고, 모 성우님을 지지한 수많은 웹툰작가들이 그러했고, 사상검열에 반대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러했듯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시위 총대를 맡으며 얼굴이 공개된 한 여성이 그러했듯이.

그러나, 작년에 많은 이들이 빨간약을 먹었고 인식을 전환하였으며 올해 또한 많은 사람들이 변화할 것이다. 우리는 소라넷을 폐지하도록 만들었으며, 기업의 여성혐오에 대해 고발하고 공론화하였고, #ㅇㅇ내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고, 과거에 보이지 않았던 정치적 영역에서의 여성혐오도 수면 위로 떠오르게끔 만들었다. 현재 행해지는 억압은 분명 존재하나, 이미 그에 대항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낙인과 검열을 없애는 방법은 이미 정해져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
차별이 부끄러운 것임을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

나는 젠더 감수성이 높은 이들이 프로예민러니 메갈이니 소리를 듣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감수성이 둔감해서 어떻게 사회생활 하냐" 라고 되돌려줄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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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리(Hyeri Nam)

6B radical feminist,lesbian,liberal right-winger, atheist,contents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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