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같은 발화라 할지라도 발화자의 의도와 그 위치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씹치놈들이 '여자도 군대가라' 라고 말하는 것과 페미니스트들이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 고 주장하 는 것은 문자 자체는 동일하지만 그 맥락은 매우 상이하다. 군무새들이 외치는 '군대가라'는 군대가 곧 역차별이 며, 군대 좆같은데 왜 힘든거 몰라주냐는 피해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여성도 군대 가야 한다'는 여성에게 전투 기술을 알려주지 않는 것, 여성의 몸이 부적합하단 판결을 여성에 대한 성차별로 인식 하기 때문에 나오는 발언이다.
(또한, 여성 징병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들은 동시에 군대 내의 성범죄 문제와 군대를 가도 실질적으로 동등한 대 우를 해주지 않음을 근거로 든다. 이 역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근간으로 하는 주장이다.)
좀더 쉬운 예를 들어 보자. 한남이 말하는 '김치년'은 나랑 안만나주는 여성에 대한 멸칭이지만, 콜셋 푼 련들에게 '김치녀'는 추구해야 할 이상향이며 성공적인 삶을 사는 여성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기존의 '김치녀'라는 여성 혐오적인 용어의 의미를 전복시키고 언어권력을 빼앗고자 하는 시도이다. (참고로, 일전에 웜에서 했던 '나는 창녀 다' 프로젝트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진행되었다.)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이 말 역시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본래 이 말은 여성혐오적인 컨텐츠들을 쏟아내 는 미디어를 바꾸기 위한 일종의 구호로 여초에서 나온 개념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 특히 머한민국같이 천민자 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곧 최고의 가치이므로 페미니즘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 혐오 컨텐츠의 재생산을 막고 페미니즘이 유행을 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수요, 곧 소비자의 입 장에서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공급자가 한다면?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하면서 '페미니즘은 돈이 되니까요' 라고 한다면??
모금을 받으면서 '페미니즘은 돈이 되니까요' 라고 한다면??
페미니즘을 '목적'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으로 간주하는 발언이므로 좆나게 패야한다. 공급자의 위치에 서, 모금을 받는 입장에서 저따구 발언을 한다는 것은 결국 지 주머니 채우기 위해 페미니즘을 사업 아이템으로 쓴 다는 뜻이다.
뭐 웜련들이야 꿘충 군무군무 혐오하고 경계하니 사실 이 말은 사족일 거 같지마는...웜에서 모금 이야기가 나올 때 혹여나 저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진 않은지 사상검증이 필요하지 않겠노.
- 세줄요약
려초의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 페미니즘을 유행시키자!! 나의 허벌지갑을 받아라!!!
판매자/ 수혜자의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페미니즘 간판 걸어놓으니 장사 앵나 잘되노 ^오^ => 두 경우 다르니까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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