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저께 개봉한 페미니즘 역사의 일부를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를 벼르다가 오늘 보러 갔다. 영화에 대해 짧은 감상평을 두 줄로 요약하자면,
1. 당대의 시대상이 현실감 있게 잘 반영되었고 그 덕분에 영화를 보며 인내심이 +50 상승하였습니다.
2. 여성 운동의 대모님들 존경합니다. 저는 심각한 귀차니스트이나 분석글을 찌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만 각설하고, <서프러제트에 관한 상식> 과 <주관적인 인물 분석> 을 하겠습니다.



1. 서프러제트: 여성 참정권 운동


서프러제트란, 20세기 초에 일어난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을 말한다. 이러한 여성 참정권 운동은 각 국가별로 다양하게 전개되었는데, 이 영화의 배경이 영국이므로 이 포스트에서는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에 한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을 덧붙이겠다.

영국에서 여성참정권 운동이 싹튼 것은 프랑스의 여성운동가 구즈의 영향을 받은 M.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옹호》에서였으나, 현실운동으로서 전개된 것은 1865년 런던에서 '여성참정권위원회'가 결성되고부터이다.

그해 여성참정권 요구를 정치강령으로 내걸고 하원에 당선된 J.S.밀은 67년의 선거법개정에 즈음하여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부결되었다. 이를 계기로 각지에서 여성참정권위원회가 결성되었다.

69년 밀은 《여성의 예속》에서 여성참정권운동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였고 그해 의회선거에서 여성 납세자에게도 처음으로 선거권이 인정되었다. 70년대에는 거의 매년 여성참정권 법안이 하원에 제출되었으나 여성의 투표권이 정당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많았고, 84년 제3차선거법개정에서도 인정되지 않아 운동은 정체기에 들어갔다.

97년 '여성참정권협회전국동맹'이 결성되었다. 이 동맹은 지식인과 중산층을 구성원으로 하고 회합이나 청원·문서배포 등 온건한 방법으로 운동했다. 1903년 팽크허스트 모녀에 의해 여성노동자까지 포함한 '여성사회정치동맹' 이 결성되었으며 과격한 운동방법을 취했기 때문에 전투적 참정론자(militant suffragist)라 불렸다. 제1차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이 운동은 중단되었지만 1918년 국민대표법의 성립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18년 국민대표법에 의해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선거권·피선거권이 인정되었고 1928에 이르러서야 전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이 부여되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

참고) 여성 참정권과 관련한 EBS 동영상
http://tvcast.naver.com/v/296699


2. 등장 인물 분석: 각 인물의 상징성


<페미니스트들>
모드 와츠
영화의 주인공으로, 그녀의 시선에 의해 사건이 서술된다.
영국의 노동자 계급의 여성으로, 본래는 그냥 여성 운동과는 관계없는 일반인이었고 서프러제트 단원들과 얽히기를 꺼려했으나, 현실에 회의감을 가지게 된 이후 적극적으로 여성 참정권 운동에 가담하여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캐릭터를 분석할 때는, 그녀가 원래는 '일반인'이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원래는 일반인이었다. 평범한 한 개인이었다] 라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데? 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처음부터 페미니스트였던 사람은 없다. 여성 운동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으며,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존재이다.
좀더 사고를 확장해 본다면, 영화는 한 평범한 개인이 여성 운동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당신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디스 엘린
모드와는 같은 동네 주민으로, 약방을 운영한다. 남편을 사장으로 내세우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환자를 보는 것은 그녀. 모드나 바이올렛과는 다르게 엘리트 여성이지만 여성 참정권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수사관들에게는 "선동꾼"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 캐릭터가 보여주는 것은 계층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권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여성들이 단결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것은 당시의 이야기이며 현대의 페미니즘 물결은 계층별로, 인종별로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바이올렛
주인공인 모드와는 직장 동료이다. 그녀를 서프러제트 단원이 되게끔 유도한 장본인. 영화 초-중반부까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요구되는 지령이 과격해진데다 임신하게 되어 결국 손을 떼는 인물.
여성운동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힘들어 중간에 지쳐서 떠나는 페미니스트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참고: 실제로, 과거 유명한 페미니스트들은 루머에 시달리고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최초로 여성의 교육권을 주장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경우에는 사생활이 논란이 되었으며 그녀의 대표 저서 <여성의 권리 옹호>는 당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또한 <여성의 신비>를 저술한 베티 프리단의 경우 거칠고 오만하며 동성애를 혐오한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

에밀리 데이비슨
여성 인권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경마대회에서 스스로 달리는 말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은 여성.
여성 참정권 운동은 단순히 여성들의 배부른 투정이 아니며,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으며, 여성 개인에게는 목숨을 걸 정도로 유의미한 투쟁이고 저항임을 시사하는 인물이다.


에멀린 팽크허스트
서프러제트들의 리더. 연설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에게 깨우침을 주며 강한 행동력을 요구한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게끔 하기 위해서, 최후의 수단으로서 이들은 폭력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서프러제트와 관련된 자료들을 구글링하면,​


각종 건물 파괴, 방화, 채찍으로 때리기까지 함. 여성을 하위 존재로 규정하고 말이 안 통하는 남성들에 대한 분노를 행동으로 표출한 것.
현재 한국 사회의 경우에는 '여성 참정권'이 아니라, '여성 혐오'가 화두로 떠오른 상태이다. 지속적으로 행해진 여성 혐오에 대하여 여혐하지 말라고 '온건하게만 말하다' 메갈리아를 주축으로 [미러링]이라는 반격이 나왔는데, 사실 이것은 99% 온라인 상으로만 행해지고 있다.
(오프라인상으로 나오게 되면 신상이 털리고 사회적 매장을 당할 것이 뻔하므로. 오프에서는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프로젝트> 로 활동을 전개한다.)



<가부장제의 상징>
소니 와츠
-모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녀와 그녀를 통해 얻은 자식인 '조지'를 철저히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인물이다. 여성 운동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시각을 대변한다.
- 또한, 모드가 감옥에 수감되기를 여러 번 하자 양육이 자신의 몫이 되었는데 조지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기 때문에 입양보낸다는 점에서 ,가사와 양육을 철저히 여성의 몫으로 치부하는 가부장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사실, 소니와 같이 맞벌이를 하면서도 가사와 양육을 아내에게만 지우는 남성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거기에다 대리효도까지 있으니.. 3D(독박가사, 독박육아, 대리효도)가 아닐쏘냐.


타일러(테일러)
모드와 바이올렛이 일하는 공장의 관리자. 여성들에게는 더 많은 노동시간을 요구하면서 남성들보다 적은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어린 여공을 성추행하며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 소니와 마찬가지로,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부속품 정도로만 여긴다.
- 성추행하는 장면으로부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으며, 고용주- 노동자라는 계급의 차이를 이용하여 자신보다 하위에 속하는 여성들을 착취하는 존재.
-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면접 때 성희롱 질문을 던지는 면접관 혹은 회사 내에서 외모 평가나 성추행을 일삼는 남성 상사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아더 스티드 수사관
서프러제트들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특별히 파견된 수사관. 의회의 결정에 반발하는 여성들이 짓밟히고 끌려갈 때는 묵인하면서 방화와 기물파손이라는 이유로 여성 운동가들을 가두고 심문한다. 모드를 포함하여 일부 단원들을 회유하려고 시도하는데, [네가 하는 일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 남편에게로 돌아가]라는 비하와 조롱의 태도로 일관되어 있다.
- 자신들의 기득권을 나눠주기 싫어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 소니, 타일러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법]을 중시한다.

모드를 비웃는 마을 사람들
여성운동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반대파를 의미한다. 기존 가부장제의 사고를 그대로 답습하여 사회 구조를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며, 여기에는 단순한 방관자들도 포함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대입하자면, 여성혐오에 대해 부정하거나 방관하는 사람들, "나는 개념녀니까 상관없어" 라고 김치녀-개념녀 프레임을 재생산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 외의 인물들>
조지
모드와 소니 사이에 태어난 아들. '아버지의 법' 에 의해 강제로 입양되며, 성별은 남성이지만, 어린이였기 때문에 전혀 그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다. '모드'에게 있어서는 여성운동을 하며 잃는 희생물이다.

성추행당하는 인물
(필자가 이름을 까먹었습니다. ) 가부장제, 자본가-노동자로 계급화된 사회에서 철저히 착취당하고 유린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상징한다. 해당 인물이 어리다는 설정으로부터,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후대에게 그대로 답습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 우리는 선대 여성 운동가들의 피나는 투쟁의 결과로 여성 참정권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에 감사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150여년 전부터 많은 여성 운동가들이 차별을 타파하고자 노력했으나 아직까지도 성 평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세계 성평등지수 117위라는 통계가 나온(....)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성 참정권]이 아니라 현재 우리 시대에 해당하는 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물론, 100여년 전과는 시대 상황도 많이 다르고, 페미니즘의 운동 방향도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그러므로 각자에게 맞는 노선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떨까.

두려워하지 마라. 당신은 변화의 주체이다.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블로그 이미지

남혜리(Hyeri Nam)

6B radical feminist,lesbian,liberal right-winger, atheist,contents creat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