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성애자 여성에게 결혼은 족쇄임.

역사적으로, 결혼제도는 여성을 한 남성의 소유물로 종속시키는 억압으로서 존재해 왔음. 남성이 원할 때 마음대로 섹스할 수 있고, 남자 집안에 종속되어 아이,특히 남자아이를 낳아 남성의 대를 이어주어야 하는 씨받이 취급을 받았단 말임. 여성은 가사노동과 양육을 책임지며, 내조를 해주는 사람이었고, 남성은 아내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신에 대한 취급이 달라지지 않지만 여성은 남편 혹은 아들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취급이 달라짐. 극소수의 모계 사회를 제외하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성씨는 아버지의 것.

자, 현재의 한국 사회로 돌아와서. 지금도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는 존재임. 우리가 잘 아는 3D(독박가사/독박육아/대리효도) 세트가 여성에게 부과된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 우리 집은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그게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잖아. 아침에 아내 안깨우고 혼자 밥먹고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을 미디어에서 보고 찬양하는 것부터 일반적이지 않다는 방증임. 호주제는 폐지되었지만, 성씨 물려주는 것도 아버지 성이 디폴트고 엄마 성 물려주려면 양가의 합의가 필요함. 거기다 대개 여성은 결혼 이후 출산하도록 압박을 받는데, 임신과 출산 자체가 여성의 몸에는 심각하게 부담되고, 직장에서는 휴가쓰는 것도 눈치보게 만들고 육아를 전담해야 하니 경력단절 문제까지 생길 수밖에. 그리고 여성에게는 회사에선 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는 완벽한 어머니가 되길 요구해. 모성 숭배 프레임은 출산한 기혼 여성들을 '맘충'으로 만들어.

남자랑 결혼 잘해서 팔자 핀 여성도 있다고? 있겠지, 물론 소수. 그런데 그건 여성이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 게 아니라 배우자 남성에 의해 계층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거잖아. '트로피 와이프' 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성과 결혼해도 여성은 남성의 신분에 딸려오는 전리품(=트로피) 같은 거임. 그래서 남성에게 종속되는 거라고.

자, 그러면 여기서 너희는 의문이 들거야. 결국 여자한테 좋을 게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많은 여성들이 이 족쇄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2. 결혼제도에서 벗어나는 여성에겐 낙인이 찍힌다.

우리 사회에선 여성에게 남성과 결혼하라고, 이 족쇄를 스스로 차라고 강요해. 그건 이성애자든 아니든 가해지는 억압이지. 그리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여성들- 즉, 비혼주의 여성과 이혼한 여성에게는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비혼 선언을 하게되면 우리 사회가 비혼인구가 늘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내 경우에는, "니가 어려서 그래. 그래봤자 너도 나중에 결혼해서 애낳겠지" 혹은 "남자 싫어해? 너 레즈야?" 같은 말을 주변 사람들한테서 들었어. 그러니까 비혼주의라는 정체성 자체를 '부정당한다'고. 혹은 "그래도 여자로 태어났으면 결혼해서 애낳는게 최고의 행복이지" , "결혼 안한다고 하는데, 그거 사실 그럴 능력이 없거나 문제가 있는거야" 처럼 정상성 규범을 계속 부여하고 '하자가 있는 것처럼' 취급당한다. 특히 남성과는 다르게, 여성의 경우에는 단순히 비혼이란 정체성으로 화를 내도 '노처녀 히스테리'로 후려쳐지고 "뭐? 결혼 안하고 애를 안낳아? 존나 이기적이네!" 라는 말까지 듣지. 어때, 성소수자들이 듣는 혐오발언과 비슷한 맥락이 있지 않아?

이혼한 여성의 경우에는 어때. 정확히 이혼녀라는 낙인이 찍히고 결혼시장에서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당한다. 반면 남자의 경우에는 이혼남이란 딱지가 붙나? 재혼한다는 게 결혼시장에서 여자만큼 불이익을 받나? 그렇지 않다고. 남성이 엄청난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이혼해도 결국 손가락질당하는 건 여자라고. "그러니까 남자를 잘 만났어야지" 같은 2차 가해성 발언까지도 덤으로 듣고.

그러니까 일단 이성애자 여성한테 있어, 일단 결혼이 특권이라는 건 말이 안되는 거지. 결혼제도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으로 낙인찍어서 결혼을 하게끔 몰아넣는데 그게 또 족쇄임. 그건 이성애자 특권이 아니지. 특권이 되는 건 헤테로 남성에 한해서임. 여자들은 결혼 안해도 되는 사회를 원한다.

3. 배우자가 '게이'였을때 왜 분노하는가

1,2를 읽었다면 이성애자 여성도 결혼제도에서 억압당하는 존재임을 알겠지. 그래, 어찌되었든 결혼을 했는데 상대방이 게이였다고 쳐. 그게 왜 공분을 샀냐고?

- 사랑하지 않는데 목적을 가지고 결혼했다는 점
- 그 유부게이들이 게이커뮤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파트너를 구한다는 점
- 이성애자 남성과 동일하게 가부장제의 남성권력으로 결혼제도에서 여성을 착취한다는 점

이게 다 혼합된 결과임.

- 사랑하지 않는데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결혼했다
그 목적이란 대개 지 유전자 남기는 거. 성적 지향을 숨기기 위해서란 말도 있는데 그럼 그냥 비혼하면 되잖아. 결혼을 안하면 성적 지향이 들킨다고? 비혼 여성도 남자싫어하냐 너 레즈냐 소리듣고 결혼 안한다고 했을때 그 프레임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억압받는 쪽은 여성임.

자꾸 이성애자 남성도 다른목적으로 결혼할수 있다 이런 물타기하는데 애초에 비율 자체가 다르잖아. 게이가 무슨 뜻인데, 남성한테만 성적으로 끌리는 동성애자 남성을 뜻하잖아. 여자한테 성적 끌림이 1도 없는 결혼한 유부게이는 100% 다른 목적으로 결혼한거지. 여성의 입장에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남기고 싶을텐데 그게 아니었다면 빡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

- 유부게이들의 태도

게이커뮤에서 유부게이들이 비교적 당당하게 기혼인 거 밝히고 파트너 구한다는게 쇼킹하지. 레즈커뮤요? 양심있냐며 욕처먹고 쫓겨나요. 결혼한 배우자 놔두고 몰래 다른 상대방을 만나는 건 바람피우는 거고 정당한 이혼사유거든. 근데 고발글 보니까 존나 당당하더라 이거야. 그리고 다른 파트너 만나서 섹스하고(물론 안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상대를 만났다는 것부터 바람이고) 배우자하곤 안함? 그거 아니잖아. 본인 유전자 남기려면 해야하거든. 밖에서 성매매하고 다니는 한남도 성병 옮긴다고 욕하는데 유부게이는 성병 안 옮긴단 보장 있냐?

- 이성애자 남성과 동일하게 결혼제도에서 여성을 착취

오독하는 일 없길 바람. 이건 '이성애자 남성만' 여성을 착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님. 이성애자 남성만 여성들을 결혼제도에서 착취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동성애자 남성들도 똑같이, 심지어 다른 파트너랑 외도하면서 여성을 착취하고 있었다는 점에 분노한 것. 더구나 그들을 연대할 대상으로 보거나, 적어도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으로 존중하려고 해왔던 여성들 입장에서는 배신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임.

4. 정리

요약하자면, 여성에게 있어 결혼제도란 억압인데 이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감. 이미 이것부터 억울한 상태인데 상대가 나랑 애초에 결혼할 이유가 없었던 동성애자 남성이었고, 다른 파트너랑 외도하면서 이성애자 한남과 똑같은 수준으로 나를 착취함. 운 더럽게 안좋으면 성병도 옮을 수 있음. 그래서 분노한다고.

p.s. 당연히 모든 동성애자 남성들이 다 여성과 결혼할거란 이야기 아님. 여기서 그거 모르는 사람 없는데 호모포빅으로 무조건 몰고가는게 결국 피해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우고 레즈비언을 지운다는 거 생각 좀 했으면.




*본 글은 2017년 6월 14일 1차로 개인 페이스북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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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리(Hyeri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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