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6. 5월 28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을 백업한 것입니다.
그렇다.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불합리한 구조적 질서를 직시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혐민국에서 유명 포털 댓글들이나, 페이스북의 김치녀 페이지, 유머저장소 페이지 등을 보면, 참으로 갈 길이 멀었기에 함께 싸워준다고 하는 소수의 남성 페미니스트들을 보면 고마워지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억하자. 첫째로 여성인권은 '남성의 도움으로' 찾는 것이 아니다. 여성인권 운동은 권리를 찾고자 하는 주체인 여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남성들의 도움' 이라는 표현은 마치 가사노동에 있어서 남편이 아내의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로, 여성들은 수많은 구조적 차별이나 성희롱, 대상화, 성폭력 등 다양한 위계의 여성혐오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지만,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이것을 '간접적으로만' 경험한다.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의 이해의 차원과 폭은 엄연히 다르다. 이 점은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한계라고 그들 스스로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경계하여야 한다.
셋째로, 앞서 주장한 바 있으나 페미니즘은 '개념남' 이 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사회 구조, 가부장적인 질서를 인식한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라는 제목의 책이 왜 인기를 얻을까? 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했을 뿐인데 우리는 메퇘지, 페미나치, 꼴페미년이라는 낙인이 찍혀야 하는가? 눈먼 자들의 사회에서 눈뜬 자는 어떠한 취급을 받는가?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정상을 외치면 대단한 사람이 되고 하나의 혁명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실은 돌을 던지는 자들이 더 많고.
이것은 기득권층인 남성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는 남성들이 대단하게 보이는 이유이다. 기억하자. 이들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당연하며 정상적인' 이야기이다.
따라서 남성 페미니스트들에게 고마워하며 개념남으로 추켜세우기보다, 우리는 그들을 정상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페미니스트 동료]로서 대하며, 그들의 말에 적절히 비판하고 혹시라도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예리하게 잡아내야 할 것이다.
최초 글 작성지: http://cafe.daum.net/ladism/dK4L/1633
2차 수정본: 레디즘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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