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해당되는 글 1건

여성 개개인의 경험은 당연히 전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그 다른 경험으로부터 공통된 억압기제를 찾아냈고,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경험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 서사가 된다. 페미니스트들은 경험을 관통하는 억압에 저항함으로써 경험을 정치화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란 슬로건은 바로 이런 의미다. 단순히 여성 개인으로서 겪는 경험을 서로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페미니스트들은 그 억압기제에 저항해 왔다.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은 경험의 교차점을 찾고 그로부터 자매애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서로 다른 경험들로부터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 거기서 억압의 구조를 밝혀내고, 공유하는 공통점으로부터 여성들에게 참여와 연대를 요구하는 방식.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 한창 이슈인 코르셋을 예로 들어 보겠다. 코르셋에 대한 여성들의 경험은 전부 다르다. 누군가는 코르셋 때문에 식이장애를 경험했고, 누군가는 페미니즘을 알기 전부터 외모코르셋을 거부해왔다. 누군가는 그 의미를 알지만 생존을 위해 타협한다. 그러나 코르셋이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억압이라는 점은 이 세 경험을 모두 관통해낸다. 식이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는 규범에 스스로를 밀어넣은 경우이다. 외모코르셋을 거부해온 사람은 6꾸미지 않는다9고 6여자답지 못하다9고 여성성 규범을 강요당한다. 생존을 위해 타협하는 사람 역시 코르셋이 예의가 아니길 바란다. 여기서 코르셋이 억압임을 도출할 수 있다.

여성들의 서로 다른 경험에서 우리는 코르셋이란 억압을 발견해냈다. 그리고 공통의 경험을 말하면서 코르셋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여성들에게 이야기한다.


화장이 예의가 아니라면 어떨 것 같냐고.
어디 고치라는 말을 안 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냐고
44사이즈에 맞출 필요가 없는 사회를 생각하라고.

이것이 우리의 운동 방식이다.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경험에 집중하고, 그 경험으로부터 억압의 구조를 밝혀 정치화하는 것. 공통된 경험으로부터 참여를, 자매애를 이끌어내는 것. 이게 래디컬의 방식이다. 이 과정은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불편함 없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현실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평가절하당한다. 경험만 이야기하지 말고 공부 좀 하라고. 그러나 나는 여기서 묻고 싶다. 여성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어떻게 현실을 설명하며, 여성주의가 여성에게 진입장벽이 높아야 하냐고. 우리는 현실에 사는 사람들이다. 현실에서 내 목소리, 다른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현실을 설명해내는 이론을 만들어내자.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이론을 만들어내자. 그게 우리의 방식이다.  



블로그 이미지

남혜리(Hyeri Nam)

6B radical feminist,lesbian,liberal right-winger, atheist,contents creat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