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수학, 과학은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으며, 우리 사회에는 여자는 문과, 남자는 이과라는 성차별적 인식이 팽배합니다.
저는 이공계 여성입니다. 어렸을 때 인형놀이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퍼즐을 맞추고 블록을 조립하며 놀았어요. 그 당시 우리동네에 있던 모 학원 분원에서 과고/상산고준비반에서 여자는 저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차별주의자인 선생들은 하나같이 내 능력을 평가절하했고 수학을 좋아하는 '여자애'였기 때문에 무언가 특이한 것처럼 취급당했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종종 차별적인 발언을 듣곤 했어요. 특히 과외할 때 "어떻게 여잔데 수학을 잘해/좋아해?" 같은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자 선생님한테서 친절함과 세심함이란 여성성을 요구했지, 나한테서 수학적 직관 같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거 아세요? 인강/학원 스타강사진 중에 여성 수학강사는 없어요. 과학은 또 어때요?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만연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잘못된 편견인 줄 모릅니다. 그러나, 실제로 밝혀진 연구 결과는 이것이 편견이었음을 보여줍니다.
1. 여성의 공간지각능력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운전 못하는 김여사? 운전자가 여자란 이유로 "집에서 애나 봐"라고 말하고 큰소리치는 남자들이 길거리에 널려서 상대적으로 방어 운전을 하게 되는 경향성이 있을 뿐. 사고는 남자가 더 많이 냅니다.
(관련기사 http://m.huffpost.com/kr/entry/12741844#cb)
2. 또한 성평등 정도가 성별 간 수학 점수차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교육심리에서 말하는 교사기대 효과와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성평등한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여학생들에 대해서 편견을 갖지 않고, 잘할 수 있다고 말해 줄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적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 예측 가능합니다.
(관련기사 https://www.google.co.kr/amp/ppss.kr/archives/100445/amp
http://m.nocutnews.co.kr/news/950026)
3. 또한 여성은 수학을 잘해도 차별받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https://www.google.co.kr/amp/ppss.kr/archives/18145/amp) 즉, 기사에서 언급한 연구에 따르면 (여남을 막론하고) 고용자는 여성 구직자의 수학 실력을 낮게 평가하며, 여성 구직자도 자기의 수학 실력을 스스로 낮게 평가한다고 합니다. 여성 구직자가 자신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건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완벽주의 문화'와의 연관성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관련영상 http://m.tv.naver.com/v/1059540)
4. 여자들이 연구 성과가 없다고요? 애초에 이공계에 지원 못하게 후려쳐와서 사람도 적을뿐더러,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한 탓도 큽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여성 경력단절로 인한 사회 손실이 2000년에서 2013년까지 195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한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에 의하면
“여성 과학인력은 투입(in-put) 자체가 적어 아웃풋을 기대할 수준도 안된다”
“인문계 여성 인력은 경력단절 뒤에 취업이 이어지는 M그래프지만, 이공계 여성인력은 경력단절 이후 낙오하면 끝인 L그래프”
라고 하네요.
관련기사(http://m.etnews.com/20161214000272?obj=Tzo4OiJzdGRDbGFzcyI6Mjp7czo3OiJyZWZlcmVyIjtOO3M6NzoiZm9yd2FyZCI7czoxMzoid2ViIHRvIG1vYmlsZSI7fQ%3D%3D#_enliple)
더 많은 사람들이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무도 내 재능을 '신기하게 여기거나, 후려치기할' 수 없으며 여자이기 때문에 못하는 직업군 따위는 없어요. 그건 성차별적인 생각이었다는 걸 좀 스스로 깨닫고 닥쳐.
*본 글은 2017년 4월 23일 필자의 페이스북에 최초로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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