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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 꾸밈노동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습니다. 꾸밈노동이라는 표현에는 감정노동, 가사노동과 같이 여성에게만 부여되며 너무 당연한 일이라 보수를 주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꾸밈을 노동으로 해석하는 관점은 꾸밈에 따른 정당한 보수나 대가를 받는다면 여성의 꾸밈 자체를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도 내포합니다. 노동자의 관심사란 일하면서 고용자한테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는 것이지, 노동 자체를 비판, 거부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화장, 성형 따위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습니까? 아니잖아요. 여성이 꾸미는 대신 그만큼 돈 더 받고 승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그러면 정말 다 괜찮은 거예요?아니잖아요. 왜 우리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꾸미는 행위를 그만두었습니까? 꾸밈 자체가 불편하고 여성에게만 강요된 억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잖아요. 여성에게만 끔찍하게 높은 미적 기준을 들이대며 렛미인 같은 프로그램을 방영하지만 부작용은 말하지 않고, 아동복 수준의 44사이즈 입는 걸 워너비로 만들고, 척추와 발목에 무리가 가는 하이힐을 신기고, 독성실험에 동물을 희생시킨다는 걸 말하지 않고 화장품을 광고한다는 거 우리는 다 알잖아요. 그게 어떻게 단순히 노동이란 말로 설명이 가능한가요? 외모코르셋은 여성의 몸을 해치면서 특정한 미의 기준에 맞게 억지로 변형합니다. 그건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폭력입니다.


노동이란 말을 쓰면 여성이 노동자가 되어 주체적으로 꾸밈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마치 주체적 성노동 신화처럼 말이죠. 아시다시피 성노동이란 말은 남성인 성매수자가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는 맥락을 지웁니다. 성노동론의 관점에서 성폭행은 일종의 노동이고 서비스로 탈바꿈하지요. 저는 꾸미기를 노동이라 해석하는 관점도 이와 다를 것 없다고 봅니다.

외모코르셋은 여성이 자신의 몸과 행동을 구속하고(브래지어, 하이힐, 코르셋, 치마를 입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아름답지 않은 몸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가치폄하하게 합니다. 의학의 도움을 받아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뼈와 살을 깎아내게 합니다. 이는 분명히 노동이 아닌 학대요 폭력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꾸밈노동이란 말을 쓰지 않고, 외모코르셋이라 쓰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는 여성억압이며 여성에 대한 폭력입니다.


*본 글은 1차적으로 필자의 트위터에 타래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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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리(Hyeri Nam)

6B radical feminist,lesbian,liberal right-winger, atheist,contents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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